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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슬란드 링로드 자전거 여행
  • dark453  | 2017.08.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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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숨은 낙원, 세이디스피외르뒤르

아무 데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나온다는 아이슬란드에도 숨은 낙원이 있다. 동부의 도시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dir에서도 링로드를 벗어나 30여 km를 더 달려야 갈 수 있는 곳, 세이디스피외르뒤르Seydisfjordu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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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스케이트보드를 탔던 93번 도로 위에서. 저 멀리 세이디스피외르뒤르가 보인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멋지게 달린 그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그 길을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었다. 과감하게 링로드에서 벗어나 페달을 밟았다. 아이슬란드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리막을 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힘든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이디스피외르뒤르에 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상 고도가 600m인 기나긴 오르막 구간이 8km나 이어졌다. 15kg의 자전거에 20kg의 짐을 싣고 오르막을 올랐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에서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며 안부를 물었다. 재미있게도 그들은 하나같이 “괜찮아요?”가 아닌, 웃음을 띤 얼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얼굴로 “좋아요. 감사해요”를 외쳐봤지만 온몸은 이미 땀범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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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풍경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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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교회. 아이슬란드인들의 80%가 루터교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정과 트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월터의 상상... 현실은?

한 시간 반의 업힐 끝에 도착한 정상은 군데군데 눈으로 덮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 때문에 땀이 식으면서 저체온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리막이 시작되기도 전에 저체온증이라니. 3분 간격으로 자전거에서 내려 교체출전을 준비하는 축구선수처럼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체온을 올렸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월터와 달리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이국땅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저체온증으로 죽어서 신문에 오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황홀한 풍경에 넋을 놓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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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에 위치한 유명 폭포 스코가포스. 데티포스를 보고 온 뒤여서 크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세이디스피외르뒤르는 아이슬란드의 숨은 낙원 같았다. 삼면이 호른(빙하작용으로 형성된 봉우리)으로 둘러싸여 있고, 덴마크를 왕복하는 페리가 다닌다. 마치 동화 속 풍경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하루만 머무르려고 했다가 이틀을 묵었다.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초밥도 먹었다. 다시 링로드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탔다. 자전거를 탈 때 목격한 감동적인 풍경은 없고 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밋밋한 산은 지루하기만 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부디 세이디스피외르뒤르에 가는 길은 자전거로 올라 보시기를. 결코 반어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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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를 지나 남쪽 해안 부근에 도착했다. 왼 편에 북대서양 바다를 끼고 달렸다. 나도 운전자들도 풍경을 감상하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비포장도로에서 만난 인생 최고의 순간

에이일스타디르로 돌아와 다시 링로드에 올랐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 비포장도로 구간이 길게 있다는 말을 들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래도 관광객이 느는 추세니까 그새 포장이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해봤지만 허사였다. 정말 비포장도로 구간이 나왔다. 명색이 하나밖에 없는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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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쪽 구간에서는 비포장 도로가 이어졌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갔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1번 국도와 남쪽의 작은 마을 듀피보구어Djupivogur까지 60여 km를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인 939번 도로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짓궂은 날씨와 누적된 피로로 지름길을 택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끝까지 1번 도로를 달리고 싶었다. 기나긴 언덕 구간을 지나니 광활한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아이슬란드에 머물렀던 한 달의 시간 중 가장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길 위를 달렸다. 감동으로 온몸이 전율했다.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통하는 길이 존재한다면 이곳이 아닐까. 나는 이렇게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 훗날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기나긴 내리막을 내려가는 동안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만약 길이 멀다고 우회했다면, 힘들다고 자전거 여행을 중간에 포기했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을, 사람도 지명도 없는 어느 비포장도로 위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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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피외르뒤르. 관광업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어업은 그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야속한 비 그리고 바람

아이슬란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했지만, 날씨만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됐다.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가 갑자기 강풍이 불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와 바람은 여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그중에서도 멈추지 않는 비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맞바람이 치면 힘들기는 해도 그만큼 천천히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캠핑장에 도착해 젖은 몸으로 축축한 텐트에 들어가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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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가끔은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서 걱정되기도 했다.
1만 5천원인 캠핑장 이용료보다 여섯 배나 비싼 게스트하우스에서 매일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할 때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정작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견디기 힘든 공허함과 외로움이 찾아왔다. 무엇을 위해 이 먼 땅까지 와서 고생하고 있는가.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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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하얀 집이 실재한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루 쉬어가고 싶어도 며칠간 비바람이 심해진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이튿날 이를 악물고 길을 나서야만 했다. 며칠 전에 지나온 곳에 초속 35m의 바람을 동반한 폭풍으로 길이 통제된다는 기상특보를 보면서 나는 그나마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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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도시 회픈의 특산물 랑구스틴. 작은 새우의 일종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비쌌다. 9만원. 껍질까지 깔끔히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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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레스토랑에서 먹은 4만원 짜리 대구 요리. 현지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요리해 맛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속이 쓰렸다.
다시 찾은 레이캬비크

떠난 지 24일 만에 다시 레이캬비크로 돌아왔다. 떠날 때와 달리 날씨가 화창했다. 마치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았다. 귀국하기 전 이틀 동안 호스텔에 묵을 예정이었지만, 하루 일찍 돌아온 탓에 첫날 묵었던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자전거 여행자는 레이캬비크 캠핑장 이용료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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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청춘>에 소개된 핫도그. 도대체 몇 개째 핫도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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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슈퍼스타 퍼핀 새를 보고 싶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 식탁에서라도 달래기 위해 퍼핀 닭가슴살 요리를 먹었다.
그 뒤로 이틀 동안 호스텔에 머물면서 귀국 준비를 했다. 첫날 아이슬란드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 박스와 캐리어를 모두 버렸다. 따로 짐을 보관해주는 곳이 있지만 한 달 보관료가 자전거값보다 비쌌다. 운 좋게도 레이캬비크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TRI’라는 자전거 가게에서 박스를 구했다. 심지어 무료였다. 캐리어를 대신할 박스는 대형마트인 ‘BONUS’에서 구했다. 자전거 박스의 남은 공간에 헬멧, 침낭이나 재킷 등 부피가 큰 물건들을 자전거와 함께 포장해서 큰 박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덕분에 박스 테이프 값만 들이고 귀국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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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오르막 구간이 끝나자 장관이 펼쳐졌다. 맑은 하늘과 청량한 호수의 색감이 인상적이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장르의 매력

아이슬란드를 가기 전 2박 3일 동안 자전거로 동해안을 달려본 게 전부였다. 이번 여행은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노하우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장르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같은 기간 동안 자동차로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해도 자전거 여행의 개성과 매력은 차고 넘친다. 온전히 자신의 두 발로 달리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자전거 여행을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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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빙하호수 요쿨살롱에서. 부서진 빙하의 조각들이 검은 모래 바닷가를 장식했다.
나는 패니어보다도 저렴한 자전거로 거친 아이슬란드의 땅을 달렸지만 현지에서 잔고장이나 펑크 한번 없었다. 꼭 비싼 장비만 고집하면서 스스로 여행에 대한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다. 링로드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행자는 92년도에 산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있었다. 내가 93년생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자신의 자전거가 형이라면서 아직도 정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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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전거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직 자전거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진입장벽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같은 시간이면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은 게 바쁜 현대인의 마음이니까. 하지만 이 강박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여행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 다음 여행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다음 여행지는 조금 더 따뜻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너무 추웠다. 또,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편견을 깨고, 나 자신을 더 낮출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겠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Q&A 치안은? 자전거 자물쇠를 가져갔지만 쓸 일이 없었다. 그 누구도 남의 것을 탐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레이캬비크에서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듯. 가장 힘들었던 것 공중화장실이 많지 않다. 특히 속도가 느린 자전거 여행자는 화장실이 없어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위기상황에 닥칠 것이다. 은엄폐(?)를 할 수 있는 지형조차 드물어서 더욱 그렇다. 본의 아니게 남들이 대자연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해야만 했다. 여행 기간 아이슬란드 링로드의 총연장은 1350여km다. 나는 관광지에 다녀오느라 조금 더 많이 달렸다. 아이슬란드에 4주간 있었고,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24일이 걸렸다. 3일의 휴식일을 제외하고 자전거만 순수하게 탄 날은 정확히 21일이었다. 도로 상태 링로드는 남동쪽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매끈한 포장도로다. 26인치 타이어로 달렸는데 여행 중 한 번도 펑크가 나지 않았다. 비포장 구간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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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날씨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르는 이너웨어와 방수 능력이 확실한 재킷과 오버트라우저도 필요하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컨디션은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에 대한 대비책은 철저하게 갖추고 가야 한다. 적절한 여행 시기는 아이슬란드 여행의 성수기는 6월부터 8월까지다. 7월은 극성수기로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하여 6월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름인 6월에도 북부지방에서는 진눈깨비가 날렸다. 레이캬비크의 평균기온만 보고 옷차림을 가볍게 준비해서는 안 된다.
Route One / ICELAND 1534km, 24 days
ROUTE 인천공항→헬싱키 반타공항Vantaa(경유)→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Keflavik 국제공항 (시계방향)레이캬비크Reykjavik→보르가르네스Borgarnes→블뢴뒤오스Blonduos →아퀴레이리Akureyri→미바튼Myvatn→데티포스Dettifoss→에이일스타디르Egilsstadir→세이디스피외르뒤르Seydisfjordur→듀피보구어Djupivogur→회픈Hofn →스카프타펠Skaftafell→비크Vik→셀포스Selfoss→크베라게르디Hveragerdi →레이캬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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